8월 중순,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하던 날 떠난 청산도 여행. 빨간 등대가 선명한 항구 풍경, 언덕에서 내려다본 마을 지붕, 서편제 촬영지의 영화 같은 바다, 느림우체통 전망대, 자전거가 늘어선 주막집 풍경, 구들장논과 함께하는 청산도 슬로시티의 매력을 자세하게 담았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중요농업유산의 가치와 청산도의 느린 시간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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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가 스며든 8월의 청산도 여행, 흐림 속에서 시작된 여유
청산도 여행을 떠났던 날은 맑음도 흐림도 아닌, 비가 오락가락하는 진짜 여름날 특유의 분위기가 가득했습니다. 완도항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향하는 동안 바다는 짙은 회색빛을 띠고 있었고, 가끔씩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여행 시작을 한층 감성적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청산도항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방파제 끝을 지키고 선 빨간 등대였습니다. 흐린 풍경 속에서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이 등대는 청산도의 심볼처럼 느껴졌고, 어둑하게 내려앉은 하늘과 대비되어 영화의 도입부 같은 장면을 만들어 냈습니다.
비가 진하게 내릴 듯 말 듯 머무르는 날씨였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섬의 첫 풍경을 고요하게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는 유난히 부드럽게 들렸고, 바람에 실려 온 촉촉한 공기는 ‘오늘은 천천히 걸어야 하는 날이구나’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습니다.

2. 언덕에서 내려다본 마을 지붕들, 섬의 시간을 보여준 풍경
섬 중심부로 걸어가다 작은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낮은 지붕들이 층층이 내려앉은 청산도 마을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지붕의 색은 다양했고, 붉은 기와, 파란 슬레이트, 오래된 창고의 낡은 회색 톤이 섞이며 독특한 섬마을의 분위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 색감이 과하지 않게 톤다운된 풍경은 더욱 차분하게 보였고, 마을 사이사이로 나 있는 좁은 골목길이 섬 주민들의 일상을 은근히 드러내 주었습니다. 비가 살짝 내릴 때면 지붕 위로 떨어지던 빗방울이 작은 반짝임을 만들었고, 마을 뒤편으로 펼쳐진 바다의 잔잔한 수면과 함께 어우러지며 자연스럽게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청산도 여행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쉼’을 주는지 이 지점에서 분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빠름보다 느림이 자연스러운 곳, 이곳이 바로 청산도였습니다.

3. 서편제 촬영지 언덕, 흐린 날씨 속에서 더 깊어진 풍경
‘서편제’ 촬영지는 청산도 여행에서 절대 빠트릴 수 없는 명소입니다. 언덕을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갑자기 시야가 열리며 광활한 바다가 펼쳐집니다.
비구름이 내려앉은 날씨 덕분에 바다는 짙은 청색과 회색이 섞인 부드러운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었고, 해안선은 수묵화처럼 잔잔하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풀잎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질 만큼 분위기가 깊었습니다.
특히 서편제의 잔향이 남아 있는 이 언덕은 풍경 자체가 ‘슬로 시네마’처럼 흘러가며, 마치 시간이 눌린 것 같은 정적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4. 주막집 앞 자전거 단체샷이 만들어낸 여름 여행의 정취
언덕에서 내려와 마을 방향으로 걸으면 작은 주막집이 하나 나타납니다. 이 주변은 여행자들이 자전거를 세워두고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유명한데, 제가 방문했을 때에도 여러 대의 자전거가 가지런히 세워져 있었습니다.
빗물에 젖어 은은히 반짝이는 자전거, 그 너머로 보이는 흐린 바다, 주막집의 정스러운 기왓지붕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여름 여행의 정취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바람이 조금만 잠잠해지면 다시 페달을 밟는 모습들도 이곳 풍경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웠습니다.

5. 범바위와 느림우체통 전망대, 청산도 여행의 핵심 감성
청산도 여행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은 범바위와 느림우체통이 있는 전망대였습니다.
전망대 위로 올라서니 흐린 하늘 아래 펼쳐지는 해안선이 부드럽게 이어지고, 비 냄새가 묻어난 바람이 불어와 피부에 닿았습니다. 이곳의 느림우체통은 몇 달 뒤에 도착하는 편지를 보낼 수 있는데, 섬을 떠난 뒤에도 청산도의 시간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작은 장치처럼 느껴졌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날씨 덕분에 더 깊고 잔잔해 보였고, 걷고 걸어서 도착한 만큼 특별한 정취가 있었습니다.

6. 청산도항으로 돌아온 마지막 풍경, 은빛으로 번지는 바다
여행을 마치고 다시 청산도항으로 돌아왔을 때, 비는 잠시 멈추고 흐림 속에서도 은빛이 감도는 바다가 펼쳐졌습니다. 빨간 등대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잔잔한 파도는 부드럽게 방파제에 닿아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이 순간 하루 동안 느렸던 섬의 시간이 차곡차곡 마음속에 쌓여 있는 듯했습니다.
청산도 여행은 화려하진 않지만, 마음을 길게 울리는 잔향이 남는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7. 슬로시티 청산도: 세계가 인정한 ‘느림의 가치’
청산도는 대한민국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입니다.
슬로시티(Slow City)는 빠른 발전보다 자연, 전통, 지역 커뮤니티가 어우러지는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운동으로, 전 세계에서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도시만이 지정됩니다.
청산도는 그 기준을 충족하는 대표적인 섬으로, 다음 요소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 전통 방식의 농업 유지
- 화학적 개발이 최소화된 자연환경
- 주민 중심의 공동체 문화
- 느린 여행을 지향하는 ‘슬로길(청산도 슬로길)’의 체계적 운영
특히 청산도 슬로길은 섬 전체를 걸으며 바다·마을·논밭·언덕 풍경을 잇게 해 주는데, 날씨가 흐린 날에도 자연의 결이 더욱 강조되어 걷는 맛이 깊어집니다. 청산도 여행에서 느낀 고즈넉함은 바로 이런 슬로시티 정신이 섬 전체에 스며 있기 때문입니다.
8. 유네스코 세계중요농업유산: 구들장논의 가치
청산도는 유네스코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경사가 많은 지형에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돌을 층층이 쌓아 만든 ‘구들장논’은 청산도의 대표적인 생태 농업유산으로, 최소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지혜의 결과물입니다.
외부 공식 정보: 농촌진흥청 구들장논
9. 여행 정보 정리
- 위치: 전남 완도군 청산면
- 입장료: 섬 자체 무료 / 일부 관광지 유료 가능
- 주차: 완도항 주차 → 청산도행 여객선 이용
- 추천 방문 계절: 봄(유채꽃) / 여름 / 초가을
- 이동 팁: 슬로길 도보 코스 이용 가능, 자전거·전기차 대여 가능
- 주요 명소: 서편제 촬영지, 구들장논, 느림우체통, 범바위, 청산도항, 슬로길코스
10. 접근 방법
1) 관공서 기준(완도군청 → 청산도)
- 완도군청 → 완도항(도보 10~15분)
- 완도항 여객선 터미널 → 청산도행 배편 승선(약 35분)
2) 자가용 이동
- 목적지: ‘완도항 여객선 터미널’
- 배편 시간 체크 후 주차 → 승선
- 청산도 도착 후 마을버스·도보·자전거 이용 가능
11. 주변 볼거리
1) 완도 수목원
국내 최대 난대림 지역으로 비가 내린 뒤 숲 냄새가 진하게 퍼지는 곳. 시원한 녹음과 청량한 산책길이 매력적입니다.
2)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
길고 넓은 백사장, 완도 특유의 투명한 수색이 조화를 이루는 대표 해변. 흐린 날에도 몽환적 분위기 연출.
12. 주변 맛집
1) 완도 회센터
전복·광어·우럭 등 완도 특산 활어를 바로 먹을 수 있는 곳. 회덮밥, 매운탕도 인기가 좋습니다.
2) 청산도 해초비빔밥 식당
톳·미역·청각 등 100% 섬 해초를 사용한 가벼운 한 끼. 더운 여름에도 부담 없이 즐기기 좋습니다.
13. 청산도 여행 사진 촬영 추천 장소 & 촬영 팁
1. 청산도항 방파제와 빨간 등대
- 추천 화각: 24~35mm
- 촬영 포인트: 방파제 끝에서 등대를 프레임 좌측 또는 우측에 배치하여 바다 여백 확보
- 촬영 팁: 흐린 날에는 노출 +0.3~0.7EV 보정으로 색감이 죽지 않도록 조정
- 추천 설정: f/8 · ISO 100~200 · 셔터속도 1/200s 전후
2. 언덕에서 내려다본 청산도 마을 지붕 전경
- 추천 화각: 35~50mm
- 촬영 포인트: 지붕의 반복 패턴과 골목길을 함께 프레임에 담기
- 촬영 팁: 수평을 정확히 맞추고 상단 하늘 비중을 줄여 마을 밀도 강조
- 추천 설정: f/8 · ISO 100 · 셔터속도 1/160s 전후
3. 서편제 촬영지 언덕에서 내려다본 바다
- 추천 화각: 24~28mm
- 촬영 포인트: 언덕 곡선 + 바다 수평선을 함께 담아 깊이감 표현
- 촬영 팁: 흐린 날은 CPL 필터 미사용, 자연스러운 톤 유지 권장
- 추천 설정: f/8 · ISO 100 · 셔터속도 1/250s
4. 주막집 앞 자전거 단체샷과 바다 풍경
- 추천 화각: 24~35mm
- 촬영 포인트: 자전거를 전경에 두고 바다와 주막집을 배경으로 레이어 구성
- 촬영 팁: 낮은 위치에서 촬영하면 자전거 존재감 강조 가능
- 추천 설정: f/7.1 · ISO 100 · 셔터속도 1/200s
5. 범바위 느림우체통 전망대
- 추천 화각: 24mm
- 촬영 포인트: 느림우체통을 프레임 한쪽에 배치하고 해안선 강조
- 촬영 팁: 광각 왜곡 방지를 위해 카메라 수평 유지 필수
- 추천 설정: f/8 · ISO 100 · 셔터속도 1/250s
6. 청산도 슬로길 산책로
- 추천 화각: 35~50mm
- 촬영 포인트: 길이 사선으로 들어오게 구성하여 ‘느림’의 흐름 표현
- 촬영 팁: 인물이 있다면 뒷모습 위주로 촬영해 여행 감성 강화
- 추천 설정: f/8 · ISO 200 · 셔터속도 1/160s
7. 구들장논(유네스코 세계중요농업유산)
- 추천 화각: 35~70mm
- 촬영 포인트: 돌단과 논의 층차가 드러나는 각도에서 촬영
- 촬영 팁: 비 온 직후 물 반사가 살아나는 시간대 추천
- 추천 설정: f/8 · ISO 100 · 셔터속도 1/200s
